1.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의 흑인 주인공 '조'
디즈니 ·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소울'은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 '코코', '업', '인사이드 아웃'을 맡았던 감독 피트 닥터(Pete Doctor)로 픽사 스튜디오의 대표주자입니다. 피트 닥터 감독은 다양한 캐릭터를 고민하던 시기에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이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했던 콘서트를 회상하는 마스터 클래스 영상을 보고 삶의 사소한 순간의 가치를 느끼게 됩니다. 이 일화가 그에게 영감을 주어 주인공을 음악가로 정하고 재즈를 영화의 주제이자 음악으로 선정합니다. 이후 재능 많은 흑인 음악가들과 함께 영화를 구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조가 흑인 캐릭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소울을 제작할 당시 많은 흑인 창작자들이 참여하였고, 40대 흑인이자 시나리오 작가 켐프 파워가 연출자로 합류하면서 뉴욕 흑인 이발소 등의 일상적인 풍경이 세밀하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인종 차별 등의 문제 의식을 가지고 꼭 필요하지 않은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흑인 주인공을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제작진은 "재즈가 흑인의 문화와도 맞닿아 있으니 우리의 주인공은 흑인이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억하게 하는 영화
주인공 조 가드너는 한 중학교 시간제 교사로 밴드를 맡아 가르치며, 뉴욕시에서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입니다. 그는 학교로부터 정직원을 제안받았지만 그의 꿈을 따라가기로 결정하고, 유명한 재즈음악가인 도로시 윌리엄스의 밴드에 피아니스트 오디션에 응모하여 실력을 인정받습니다. 도로시는 조에게 저녁 공연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조는 기뻐하며 뛰어가다가 맨홀에 빠져 영혼 상태로 저승길에 서게 됩니다. 조는 재즈 뮤지션 데뷔를 꿈꾸며 '머나먼 저 세상'이라는 내세로 가지 않고,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탈출합니다. 그곳에서 영혼을 돌보는 제리들이 조를 멘토로 착각하여 신참 영혼 22번의 불꽃을 찾아주는 멘토가 됩니다. 조는 22번과 지구통행증을 달라는 제안을 하고 22번의 불꽃을 찾아다닙니다. 불꽃을 찾는 중에 조는 22번의 소개로 문윈드를 만나 병원에 있는 자신의 육체를 만나고, 문윈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2번과 함께 영혼 상태로 지구에 가게 됩니다. 하지만 조는 고양이에게 22번이 조의 육체에 들어가게 되고, 22번은 조와 함께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지구에서 살고 싶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소울카운터 테리에게 둘은 잡혀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오고 22번은 지구통행증을 완성합니다. 하지만 조의 요구에 22번은 지구 통행증을 조에게 넘기고 어둠의 구역으로 떠나고, 조는 지구로 내려와 공연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공연을 하면서 조는 기쁨보다는 회의감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상기하며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행복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후 조는 우여곡절 끝에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가 22번을 지구로 보내고, 22번을 각성시킨 모습을 본 제리가 조를 다시 지구로 보내줍니다. 조는 지구로 돌아와 항상 매 순간 기쁘게 살아야겠다 다짐합니다.
3. 종착지만을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주인공 조는 학교에서도 인정받는 교사였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꿈만을 보고 달려가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행복을 느끼기보다는 불행함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2번이 잠시 지구로 왔을 때를 보면 22번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낍니다. 심지어 걷기나 하늘을 보는 게 자신의 불꽃이라고 느끼기도 합니다. 이후 결국 조가 자신의 꿈에 한발 더 다가 공연을 하면서 그는 꿈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되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임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삶은 목적만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내가 무엇을 향해 달려가기만 하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삶이 지루하다고 느끼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아 무기력해질 때면 이 영화를 통해 매 순간이 기쁨임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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